*** 그가 잠결에 무어라 실언이라도 했을까. 자신을 깨운 사령의 표정이 깨름칙해 보여 영진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곤함이 과하여 실수를 한 것 같구나'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을 어찌 하겠는가. 여기서 태연하지 않으면 더욱히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그는 여러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평시에 조심하며 준비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장령께서 곧 해가 ...
*** 부왕이 그를 대전으로 불렀다. 단(端)은 자신과 조우한 내관이 혹여나 자신을 못 알아봤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그저 그런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사적인 곳이 아닌 대전으로 오라 한 것은 이미 이 일을 개인의 일탈로 여기지 않음을 짐작게 하였다. "으흠...." 차디찬 대전 바닥 중앙에 소년이라 부르기엔 넘치기 시작한 왕자가 무릎을 꿇고 ...
*** 한시가 바쁘게 모셔오라는 명령을 받은 이들의 간장이 타들어 갔지만 '모심'을 받는 영진군은 태연하기만 하였다. 그들의 계산으로는 벌써 도착하였을 시일이 며칠이나 늦었는데도 그는 평위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고을을 지나치지 않고 들렀다. 수해를 입은 민의 피해를 살피겠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소를 끌고 가는 자와 소의 마음이 이리 맞지 않으니 일의 ...
*** 생전 본 건물 중 가장 큰것이 성의 관청일 진데, 민들이 궁궐의 규모를 아무리 짐작해 본들 신선이 산다는 봉래와 다르게 생각할 방도가 있겠는가. '그곳에서는 모두 아름다운 옷을 입고 청아한 말씨를 쓰며', ' 절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아니할 것' 이니 그게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막상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저 담이 둘러진...
*** 시영의 생각과 다르게 영진군 또한 짐작 가는 바가 있었는데 시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운영 녀석 매일 꽁지에 불붙은 소마냥 좌불안석하더니 한달음에 달려갔다지?' "뭐 특별한 이유야 있겠는가? 이번 폭우는 하늘의 용을 노하게 해서 일어났다는 말도 있으니, 그를 달래러 간 게 아니겠는가?" 이번 일은 영진의 감이 좀 더 맞았다. "무슨.... 자...
*** 오늘은 오랜만에 경주에 들러야 하기에 시영은 새벽부터 분주하였다. 그가 자리 잡은 토함산이 깊지 않고 오늘 들를 곳과 멀지 않았지만 챙겨야 할 물건이 세세하기에 동이 트기 전부터 일어나 있었다. 경주 땅은 옛 고국의 수도로 큰 마을 서너 개가 중앙에 유적을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었다. 큰 시장이 가운데 위치하였는데 경주의 장은 과거로부터 약재로 유명하...
***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 전 왕의 초상화를 보아 그랬던 것 이구나' 선국의 개국이 워낙 물흐르 듯 되었기에 일반민들은 밟고 사는 땅의 주인이 바뀐지를 모르는 이가 많았다. 이에 조정에서는 고육직책으로 1대왕의 초상화를 대량으로 제작하여 지방에 보급하며 널리 알리었다. 덕분에 평생가도 왕의 얼굴을 봤을리 없는 시영 조차 그의 얼굴이 ...
*** 서연은 조헌이 자리에 앉자마자 가져오라던 책이나 기타 잡다한 이야기도 없이 물었다. "그래 부인의 이름은 알고 계시는지? 보내준 서한에 성과 사는 곳만 있기에.." 조현은 그녀가 바로 본론을 물어오자 자세를 바로하여 공손히 대답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감히 언급하여 일이 어스러질 시에 누가 될까 싶어. 적지 않았습니다." 서연은 조현이 서신을 보낸...
*** 정종 22년, 나라의 남쪽에서 큰 물난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이 좀 심하게 불고 장마가 길어지는가 싶었지만 밤낮이 바뀌는 게 구분이 가지 않게 비가 멈추지를 않았다. 그 해 신기하게도 수도인 평위를 포함하는 북쪽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가뭄이 들었다. 세수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곡식을 키우는 들판은 북에 위치하고 있기에 선...
*** 정내관은 빠르게 발을 놀려 돌아왔지만 이미 시각이 꽤 지체된 후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낮부터 바람이 거세어서 떨어진 마른 잎들이 수북히 쌓여서 마치 눈밭을 지나 오는 듯 하였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자 영진군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옆에는 어린 내관 둘이 번갈아가며 발을 주물러 주고 있었다. '의관은 모두 퇴청한 터라...' 정내관은 어린 내관들을 밖...
*** 오늘은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정내관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아마 들은것을 놓쳤거나 북을 치는 이가 오늘은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 궁중에서는 민가보다 일찍 밤을 맞이하는 준비를 시작하지만 법칙과 규율이 많아 실제로 잠자리에 들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었다. 그러다 보니 궁궐의 나인과 하급 내관들의 취침시간은 더없이 늦었고, 기상시간...
*** "자네가 주상을 좀 모셔야 겟네" 어느 날 중궁전에서 전하의 비들의 생활을 살펴본다는 명목으로 차담의 전갈이 왔다. '중전마마가?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거지!!!!!' 궁중에 행사에서는 멀직히서 본적은 이 있지만 독대하여 만난 적이 없었다. 왕실의 가장 귀한 여인이 자신을 부르기에 의아했지만 본래 비빈의 관리는 평범한 이유였다. 행여 실수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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