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소재와, 장면, 약한 성적 은유가 있습니다) *** 단호한 이형의 표정을 보아 거절한다고 먹힐 이야기가 아니기에 운영은 군말 없이 목함의 문을 닫고는 자신 쪽으로 끌어다 두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이형은 눈에 띄게 기뻐하였다. "그저 의원을 불러준 것의 보답으로는 좀 과한 것 같소만." 운영이 떨떠름하게 말하였다. '세상에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 운영은 앞서 안내하는 용화의 뒤를 따라 갔다. 운영은 이곳에 오면 점에 있는 손님들과 교류하지 않고 주는 술상이나 받아서 노닥거렸다. 그래서 뒤편에 이렇게 큰 규모의 전각들이 별도로 있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가 있던 곳이 주로 방이 연달아 있는 기다란 복도식이라면, 뒤쪽은 한 채 씩 나눈 전각의 형태였다. 그 둘의 중간에는 연을 키우는 못이 ...
*** 점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자들은 갑자기 노랫 소리가 들려오자 그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는 이가 월성군임을 알아채 놀라고, 그 목소리가 명창은 아니어도 가락 좀 한다는 이와 견주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기에 재차 놀라워 하였다. "북창(北窓)이 맑다 커를~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 오네." 깊은 미...
*** 며칠간 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리더니 시절이 급격히 변하였다. 오늘은 집을 나서는데 사뭇 쌀쌀한지라 운영은 평소보다 두꺼운 철릭을 덧입었다. 출근부에 날인을 한 후 관청의 기둥돌이라도 되어 종일 자리를 지키었다. 오늘은 당직도 없기에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나 집에 서슬퍼런 첫째부인과 토끼?같은 두번째부인이 있기에 스스로 눈치가 보였다. 집에서도...
*** 출발한 곳에서 미호의 모처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 입구는 자세히 보지않으면 여전히 담과 구분이 가지 않기에 운영은 하마터면 지나칠 뻔 하였다. 따라오던 남자는 운영이 별안간 길 가운데 멈추어 서자 따라서 옆에 섰다. 운영은 손을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벽과 같은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쿵쿵" 익숙하게 세 번을 천천히 친 후 잠시 시간을 두고는 빠...
*** 초저녁에 시작된 비는 이제 멈춘 듯했다. 새로 맞이한 두 번째 부인은 술이 무척이나 약하였다. 그가 권한 술을 꺼리며 잔을 입에 대더니 반쯤을 채 먹지도 못하더니 정신을 잃듯 앉은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아니 이 친구가 실수로 독을 준비한 게 아닌가?' 운영은 예원이 갑자기 인사불성이 되어 대경하여서는 그녀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를 거듭, 거듭...
*** 혼례의 밤을 맞은 신랑이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신방이지만 운영은 그곳을 뛰쳐나온 지 오래였다. 혼사의 주인공은 단연 신랑과 신부 일 것이다. 그러나 운영은 아무리 두 번째 라지만 온종일 방안에 처박혀 뒷방 늙은이처럼 있었다. 게다가 심지어 사람들은 그가 거기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는지 끼니가 되었는데도 식사를 주지 않았다. “이거 혼례가 아니라, 어...
*** 어제 동짓날이라 하여 운영의 집에서는 팥으로 죽을 만들어 내었지만 숙향 옹주는 궁에서 열린 회례연(會禮宴)에 다녀왔다. 그의 두 번째 혼사는 임금과 부인의 부모에게 허락을 청하는 절차를 서두로 시작되었다. 어쩌다 된 왕족이라 하여도 그의 신분이 여염이 아니기도 하여 예에 맞는 절차라면 모조리 약소하게라도 진행하여야 했다, 덕분에 월성위는 하루가 멀다...
*** 영진군은 찻물이 쏟아져 찻잔이 상 위에 연잎마냥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찻상을 앞에 놓고는 생각에 잠긴 듯 앉아있었다. 찰나로 본 어린 소녀이지만 기억에 남는 여인의 배꽃과 같은 모습이 얼굴 안에서 보였다. “신기한일이군” 그는 정원의 정취에 취한 듯 보였다. 정자 아래쪽에서 풀숲이 밟히는 소리가 나더니 왼편에서 한 청년이 걸어 나왔다. 붉은 단풍잎을...
***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은 후 예원은 몸에 기운이 하나도 들지 않아 온종일 방안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정신이 차려진 후에는 조금 걸어 나가면 있는 후원으로 나가 앉았다. 이전의 처소에서는 지나다니던 나인을 간혹 이지만 한, 두명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은 정말 사람 그림자라곤 어스름하게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 ‘저 궁 밖 담 넘어도 이...
*** 방의 정 가운데에 두 단으로 보를 깐 침상위이 있고 한 여인이 누워있었다. 여자는 창을 넘어 들어온 빛에 눈이 부시는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천장의 고임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복잡하게 짜여진 모양이 범상치 않았다. 사방에 채색된 것은 낯선 동물이었다. 꿈인가 싶어 다시금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으나 생시가 분명했다. 정신이 또렷해지며 그녀의...
*** 그를 둘러싼 세간의 다양하고 회괴한 소문이 들려와도 좀처럼 표정을 무너트리지 않던 룡이었으나 이번에는 진정으로 황당하였다. 신비한 섬에 갇혀서 해룡에게 의술을 사사 받았다 거나, 한밤에 세명을 상대했다는 소문이 났던 이후로 그가 이리 표정을 무너트린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는 한달음에 영진군을 향해 걸어가더니 행여나 누가 들을까 싶어 그에게 바싹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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