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빈 엄씨는 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허리 통증을 앓고 있었기에 그녀의 병에 대해서는 아는 이가 많았다. 룡은 궁에 속한 의원도 아니었지만 대대로 궁의 어의를 지낸 가문의 적통 후계자였다. 그가 왕의 비빈을 대면하여 치료하는 것에 간혹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있었지만 룡의 조상들이 살려온 인연을 가진 가문의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한들 ...
*** 맺은 약조이니 룡은 어쩔 수 없이 시절이 바뀌면 평위로 돌아와서 양화당의 허리병을 보아주었다. 허리병은 그녀가 입궁하기 전부터 앓았던 것인데 어찌하여 생긴 것인지는 아는 이가 없었다. 룡은 정빈을 처음 만났을 때 의원으로서 물었으나 어떤 이유가 있는지 답을 듣지 못하였다. 치료는 매번 양화당의 사방이 트인 다실에서 이루어졌는데 계절에 따라 사면에 발...
*** 열 달 스무 사나흘 상강날이었다. 마지막 가을밤을 보내는 벌레의 소리가 사방을 메우고 어디서 시작된 지 모를 스산한 바람이 이따금씩 불어왔다. 오시가 넘어 궁문을 닫고 낮에 궐을 가득히 메운 관리들도 퇴청하였다. 저녁을 먹고 화덕의 불도 모두 꺼지는 시간이 분주히 지나자 소등이 시작되었다.그러나 세자궁은 어느 이 하나 잠에 들지 못하였다. 주인 되는...
*** 이태원(異胎園)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나 선국의 이상하고 삿된 이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요괴굴이란 여기를 말하는 것 이로구나!’ 운영은 처음 이 거리의 밤과 낮의 모습을 겪은 충격이이리하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웃의 수수한 여인이 어느 날 먼 외국의 요염한 간첩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시의 놀라움이랄...
*** 선국과 왜나라의 지루한 소모전은 잊을 만하면 생겨나는 종기처럼 선국을 괴롭혔다. 이 치료되지 않는 괴질은 운영이 평위에 도착하고 몇 달 뒤 갑자기 막부의 주인 히데요시가 병사하며 갑작스럽게 진정이 되었다. 평위에는 적국의 기이한 깃발과 요란한 색을 한 함선이 불연 간 앞바다에 나타났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도성사람들은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
*** 운영이 하루를 머물기로 한 진관원은 본래 손이 많지 않았다. 덕원은 평위에서 하루 거리에 있으니 점심나절 전에 도착한 이들은 잠시 쉬었다 떠났다. 진관원은 점심을 해결하거나 해가 질 무렵에 덕원에 도착하는 이들이 잠깐 눈만 붙이고 떠나는 곳이었다. 그런 진관원이 모처럼 대 일행으로 인해 북적이며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운영은 몰랐으나 그와 특...
*** 서연은 숙향 옹주의 손을 끌어서는 자신의 숙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내가 묵고 있는 곳에 가 차라도 마시자 꾸나 네가 지루해 하는 것 같으니!“ 정경부인이 머무는 곳은 여관이 아니라 부호의 장원 같았다. 둘이 문가에 가까이 오자 서연을 알아본 문지기가 직접 문을 열어주더니 안내를 하였다. “그래! 내 네가 어디로 가는지 ...
이진은 오히려 스핀오프 같은 느낌이 되겠네요^^ 장르가 섞이니 쓰는 쪽도 어렵고 해서 본격 BL로 전환하였습니다. 시리즈의 운몽전(雲夢傳)으로 보아주시면 됩니다.^^ 네이버에도 중복 업로드 합니다. 감사합니다.~
*** 운영은 대부분 말을 탔지만 가끔씩 상처가 아려올 때면 마차로 바꿔 앉았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길 사정 탓에 차라리 말을 타는 게 나을 정도였다. "오늘은 비가 오겠군" "곧 덕원에 도착한다지?" 운영과 시영은 함께 마차를 타고 있었는데 둘이 동시에 말을 뱉어 선후가 없었다. 운영의 말을 듣고 시영이 창 넘어 하늘 쪽을 보니 서편 멀찍이 검은 기운...
*** 왕이 내린 교지를 받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행에 수일을 넘길 수는 없었다. 월성위 운영이 수도 수위(守衛)의 명을 받아 출발한 지 3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보통 성인의 일반적인 행락 길이였다면 쉬엄이 간다 해도 이미 도착했을 거리였다.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 왔더냐?" 수도까지 가는 길이 한평생 이어질 것처럼 끝이 없자 진은 피로하였다. 잠시...
*** 옹주 진은 정종 임금의 서녀로 모친은 양화당 엄 씨이다. 엄 씨는 희임금이 세자 시절부터 연모하여 왔는데 보위에 오른 해에 간택하여 빈으로 맞았다. 세자는 엄 씨에 대한 연정을 숨기지 않았었기에 그녀의 집 문턱은 매파가 한 번도 넘어 본 일이 없었다. 엄 씨의 아버지는 도화서의 화원으로 그리 특출나지는 않았는지 그를 아는 자가 적었다. 그녀는 어릴 ...
***** 시영은 본래 가산으로 물려받은 번듯한 가옥이 운영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태생이 번잡함이 싫어하였고 약선을 연구하는 취향이 있었다. 화려한 색은 눈이 시리다고 싫어해 주로 하얀 모시로 옷을 해 입었고, 행동거지도 빠르지 않아 운영은 자주 그를 신선 같다고 말하였다. 시영은 토함산에 집을 지어 혼자 나와 살은지도 꽤 오래되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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