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며칠 허내관의 눈에 귀인 송 씨의 모습이 치맛자락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두문분출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정말 사라졌다면 궁녀들이 저렇게까지 태연할리는 없으니까. 주인이 방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는지 삼삼오오 모여 깔깔거리는 궁녀들을 허내관은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상하기도다. ..보기에는 인기척이 안 느껴지는데..매일 불이 켜지고 나...
*** 한참을 서연과 눈싸움을 하듯이 쳐다만 보던 조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빠르게 옷을 묶은 끈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가 일반적인 남성이었으면 둘만 있는 방이니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었으나 그(아니 그녀는)는 자신이 여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장포와 안에 입은 속옷도 풀어 열자 가슴은 붕대로 여러 겹 동여매어져 있었다. 그는 어찌 꽉 묶었는...
*** 사람들은 그에게 술이 무척 세다고 했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룡은 술자리에서도 맑은 정신을 유지 하고 싶었기에 잘 취하지 않는 약을 패용하여 먹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우연인 것일까? 남은 약이 없었다. 약이 없는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리 모두들 취해 한 세월을 살아가는게 사람의 인생인 것을. '탁' 그가 잔을 상위에 내려놓은 것이 마치...
*** 선국은 현 왕이 나라를 세운 후 2대왕으로 갓난아이와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고목의 가지를 잘라낸 후 새 가지가 나은 것과 같았다. 건국왕은 국왕의 칭호를 달기 이전에도 이미 왕과 다를 것 없는 권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또한 려(麗)국 도방(都房)의 주인으로 문무를 가리지 않고 속한 객이 많았다. 왕실과는 혈연으로 엮여 있어 사석...
*** "자네라면 일을 성사시킬 줄 알았네, 그분께서 무엇을 받으시고 답서를 보내온 적은 처음있는 일이로군" 왕은 아침조회가 끝나자 마자 양화당에게 향했다. 그는 격양되었는지 안으로 들어오면서 거의 외치듯이 말했다. 왕의 옷차림새를 보아 환복도 하지 않은채 바로 온 듯하였다. 그 만큼 기쁘고 들떠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전하, 그게 그리 기쁘십니까" ...
*** 명국에서 온 사신이 돌아가서 기록한 바 '선국의 왕이 거주하는 궁궐의 크기는 무도하게도 본 국과 비견 할 만 하다.'고 할 정도로 선국 왕궁은 규모가 작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 법도는 엄하지 않아 과연 우리의 예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부기하였다. 선국의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풍속은 주변 나라에 비해 자유로웠다. 선국의 세자에게 시집 이국의...
** 순식간에 방안이 남자들의 후끈한 체온으로 덥혀졌다. 미호가 운영에게 내어주던 방은 2인실로 4명 이상의 장정이 앉기에는 골무에 바늘을 촘촘히 끼어 넣은 지경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주인 된 이가 제일 먼저 상황을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었다. "제가 자리를 너무 협소하게 마련한 듯싶군요." "볼일 없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나 자리를 옮기...
*** 경주의 해 비침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유난히 좋았다. 비 또한 자주 내리지 않았기에 약재를 만드는 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후 였다. 그러기에 마른 땅 위에 모시를 깔고 약쑥을 잔뜩 펼쳐 놓은 마당을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보았다. 그는 온전히 약이 된 마른 쑥 한 움큼 집어 향을 맡았다. ‘올해도 지난 해 만큼이나 잘 되었구나!’ 산중은 인적이 ...
(본 편은 GL적 내용이 강하며, 약한 성적 은유가 있습니다.) *** 해가 진 이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사저에 출입을 삼가는 것이 귀한 이들의 법도였다. 더욱이 부인의 처소는 내부의 사람이라도 삼갈 일 이었다. 세간의 생각이 이런데 무녀의 자식이 사사로이 출입하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 괜찮을 리가 없었다. "마님 날이 추우니 안 사랑채에 불을 더 넣을까요...
(달그림자 편은 GL에 더 가깝습니다.) *** 섣달그믐을 맞아 밖에서는 검불을 모아 태운다고 소란스러웠다. 숙향 옹주는 저녁으로 나온 골동반을 조금만 먹고 물리었다. 오늘 같은 날은 도성에 작은 불씨라도 튀면 큰불로 번질 수도 있었다. 운영은 평시에도 집에 잘 없지만 오늘은 특별히 그가 속한 관서가 밤샘으로 순라를 돌아야 한다고 전해왔다. '불조심을 하시...
*** 천지가 깨어난 지는 오래이나 사람에게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다. 밤샘 당직을 선 궁녀 한명이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어의에게 손을 씻을 수 있는 물을 담은 대야를 가져다주었다. 류장은 궁궐 뒤편으로 그것을 가져가 허리 높이의 단위에 올려놓았다. 의복의 더러움을 막기 위해 덧입은 옷을 그제야 벗을 수 있었다. 덧옷은 앞섬에 피와 각종 오물이 묻어 본래 흰...
*** 정빈이 기거하는 양화당은 궁내에서도 다소 외진 곳에 있지만 결코 소흘히 여겨지지는 않았다. 특히 이렇게 주상이 머물 시에는 그 호위 강도가 대전보다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양화당에서 200여보 안에는 사람을 들이지 말라는 명이 있기에 모든 궁인들은 건물을 비워야 하였다. “이쪽으로 지나가지 못하오, 저리로 돌아서가시오” 건물을 지키는 호위는 익숙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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